사피윳딘입니다.

사실 이 박물관을 문화 유산 이야기 카테고리에 넣어도 되나 하고 꽤나 고민을 했습니다만... 일단 한국 문화 유산 이야기가 들어가기는 하니까 그냥 과감하게 문화 유산 이야기로 카테고리 넣었습니다. "롯데월드가 문화 유산이냐!!" 라고 하실 분들 꽤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문화 유산 이야기도 조금은 들어가니까 부디 용서해주세요.... (싹싹 비는 중)

제가 여기에 가게 된 이유는 당분간 시리아에 가지 않게 되고 나니 유적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깊어지더군요. 그러다가 갑자기 문득 든 생각이... "에라, 시리아 유적만 유적이고 한국 유적은 유적 아니냐... 그보다 시리아 유적보다 한국 유적을 더 공부해야 마땅하지!!" 라고 생각하게 되었던지라 우선 가까운 곳에 있는 유적부터 돌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시리아에 있을 때는 꽤 자주 박물관에 갔었습니다만... 정작 한국에 돌아와서는 박물관을 거의 안 갔었죠. 물론 그동안 병원이다 뭐다 정신없긴 했습니다만...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좀 더 깊숙하게 공부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가볍게 스타트 끊는 마음으로 롯데월드 민속 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일단 집에서 가장 가까운 박물관인지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동네 마실 가듯 다녀왔지요.

그런데, 이 롯데월드 민속 박물관.... 상당히 만만치 않은 박물관이었습니다. 사실 이곳에 전시된 물품들은 흔히 말하는 국보급 유물 같은 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런데, 이 박물관의 가치는 그런 유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으니...

바로 모형입니다.

이 롯데월드 민속 박물관은 유물의 부족함을 모형과 사진 자료로서 커버하는 컨셉의 박물관이었던 것입니다.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롯데가 아무리 모았다고 해도 유물이 얼마 있겠어?" 하는 생각으로 가볍게 들렸던 건데, 설마 모형으로 압도해버릴줄은 몰랐던지라 내심 놀랐던 것이 사실이었죠.

물론 사실 이런 식의 모형 자료를 주 전시물로 활용하는 박물관 컨셉은 사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가 있던 시리아에서도 다마스커스 아젬 궁전이 이런 컨셉이었죠. 그런데, 이 롯데월드 박물관은 무려 백제 "무령왕릉" 이라든지, 신라 "석굴암", "감은사" 라든지,고구려 "안악 제 3호 고분" 이라든지, 고려 "부석사 무량수전" 이라든지, 조선 "경복궁" 등등을 모형화시켜놓았습니다.

... 당연히 모형의 규모가 상당할 수 밖에 없죠. 거기에 "무령왕릉" 이나 "안악 제 3호 고분" 같은 경우는 현재 실물을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무령왕릉은 현재 폐쇄되어 있고(대신 모형이 송산리 고분에 있죠), 안악 제 3호 고분은 북한 땅인지라 볼 수가 없죠)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모형이나마 볼 수 있다는 것에 상당히 놀랐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전시물이 모형이다보니 사진을 찍는데 부담도 없었습니다. 사실 사진을 찍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많이 했는데요. 찍지 말라는 표지판은 없었고, 도리어 몇몇 곳에서는 "사진을 찍으세요" 하고 나와 있었던지라 열심히 사진을 찍고 다녔습니다.

뭐, 설명이 너무 길어지면 좀 그러니까 한번 보시고 이야기 계속하도록 하죠.



티라노 사우르스 모형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이 공룡 모형이 맞이해주죠. 선사시대도 정말 진짜 선사시대부터 알려주는군요.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입니다. 진화 과정별로 모형을 만들어뒀습니다.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상당히 준수하군요.


"내 너를 찍어 죽이리라!!" 라고 외치는 듯한 구석기인의 사냥 모습입니다. 역동적인 모형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신석기인이 간석기 제조 중입니다. 갈고 갈고 또 갈아야 사냥할 때 편해집니다. 뒤쪽 한강변 - 대표적 신석기 유적이 서울 암사동이죠 - 에서는 열심히 낚시를 하고 있네요.


움집 내부입니다. 신석기 시대 움집의 특징은 원형 터에 중앙 화로를 들 수 있죠. 모형에서도 잘 복원해뒀습니다. 암사동 신석기 유적에 가보면 실제로 복원된 움집에 들어갈 수 있는 체험 움집이 있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은 한번 가보시는 것도 좋으실 듯 합니다.


이번엔 청동기 주물 제작 중입니다. 패션이 점점 세련되어 가고 있죠? 청동기 시대의 청동기는 주로 의식용으로 제작이 되었고 실제 작업은 반달돌칼 같은 석기로 이루어졌죠.


청동기 시대 대표 유적 중 하나인 울주 반구대 암각화 모형입니다. 사실 저는 실물을 본 적이 없었던지라 - 사진으로만 봤었죠 - 꽤나 놀라면서 봤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한문들도 새겨져 있더군요. 설명을 보니 청동기 시대부터 6세기(삼국 시대 후반)까지 계속해서 적혀온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 그 당시 사람들도 어디 여행 가면 낙서하는 거 꽤나 좋아했나 봅니다.... (..............)


고구려 시대 "안악 3호 고분" 모형 내부입니다. 아시다시피 이 고분은 현재 북한 황해남도에 위치하고 있는지라 통일되기 전에는 실물을 볼 기회가 없는 곳이죠. 그런데 모형이라도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아까 암각화도 그렇지만 실제로 본 적이 없는 유물들을 모형으로 보게 되니 참 뭐라고 할까요... 세상 좋아졌다고 해야 하나요...


내부 벽화들도 자세히 잘 복원되어 있습니다. 사실 "안악 3호 고분" 의 역사적인 가치 중에 하나가 고구려 시대의 생활상과 당시의 복식, 행렬 등등을 자세히 묘사한 이 벽화라고 볼 수 있는데요. 재미있는 건, 이 벽화들 중 가장 가치가 높은 벽화 중 하나인 "대행렬도" 같은 경우....


이렇게 뒤쪽에 모형으로 복원을 해두었습니다. 사진은 "대행렬도" 중앙 부분인데요. 사실 "대행렬도" 전체를 이렇게 모형으로 복원을 해두었습니다. 사실 "대행렬도" 벽화도 사진을 찍었는데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온통 흔들려서 그냥 지워버렸습니다(사실 여기에 올린 사진들도 흔들린 것이 꽤나 많더군요... 제가 너무 흥분한 것이에요.... ㅜㅜ).


이번엔 무령왕릉입니다. 무령왕릉하면 백제의 찬란한 문화유산이자, 백제의 활발한 대외관계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유적이기도 합니다. 삼국 시대의 무덤 형태하면 굴식 돌방무덤이 일반적인데요. 무령왕릉은 벽돌무덤으로서 중국 남조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고 있죠. 이는 백제와 중국 남조와의 교류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안에는 왕과 왕비의 관도 놓여 있는데요. 부장품 모형을 관 안쪽에 놓아두어 각 부장품이 시신의 어느 부분에 장착되어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배치해두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상당히 감탄을 했었어요.


백제하면 빼놓을 수 없는 문화 유산이죠. 서산 마애 삼존 불상 모형입니다. 사진 부분은 바로 여래입상 부분인데요. 왼쪽의 보살 입상이나 오른쪽의 반가사유상 부분도 잘 복원이 되어 있습니다. 흔히 "백제의 미소" 라고 일컬어질 만큼 미술사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유물이죠.

거기에 "법화경" 에 나오는 석가, 미륵, 제화갈라보살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지라... 당시 백제 사회에 법화사상이 유행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유물이기도 합니다.


고구려랑 백제를 했는데 신라가 빠지면 섭하죠. 딱 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넵, 석굴암 모형입니다. 입구 쪽의 금강역사, 사천왕 부조, 안쪽 본존불을 중심으로 주변에 천룡팔부, 석가제자 등등도 재현되어 있습니다. 현재의 석굴암이 일제 때 부터 꾸준히 훼손되어와서 국립 중앙 박물관에 디지털 석굴암까지 만들어진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쪽에서 보는 석굴암도 - 모형이지만 -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감은사 복원 모형입니다. 지금은 절터랑 감은사지 3층 석탑이 남아있고 그나마 한쪽 석탑은 현재 보수공사 중이죠. 이곳의 모형은 원래 통일 신라시대 당시의 모습을 고증을 거쳐 복원한 모형입니다. 이 감은사는 삼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문무왕 때, 만들어지기 시작해 신문왕 때 완공이 되었던 절입니다만.... 지금은 절터랑 지단, 석탑 2개만 볼 수 있을 뿐이었는데... 이렇게라도 복원된 모습을 보니 좋네요.


현판 보시면 아시겠지만 부석사 무량수전 모형입니다.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목조 건물 중 하나로 배흘림 양식 기둥 같은 건축 양식으로 유명하죠. 안쪽의 무량수불까지 잘 재현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예불을 드릴 수도 있긴 합니다만... 솔직히 안에 들어가긴 좀 작아요.

흔히 무량수전하면 부석사부터 떠올리게 되는지라 제가 당연히 부석사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부석사 무량수전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지적해주신 松下吹笙님과 자세히 알려주신 thespis님께 감사드립니다. 하도 실물을 본지가 오래 되어 제가 헷갈린 모양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부석사 관련 설화 때문에 예전부터 많이 헷갈리더니.... 뭔가 부석사는 저에게 있어 헷갈림의 운명을 타고난 곳인가 봅니다(그보다 주심포하고 다포를 구분 못한 제 눈이 문제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이왕 고쳐 적은 김에 요 아미타불 설명이랑 부석사 이야기 좀 해보죠.

thespis님께서 덧글에서 적어주셨지만 무량수전이라고 하면 아미타불을 모신 건물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부석사에만 무량수전이 있는 것이 아니죠. 이 모형에 대해 찾아봤습니다만... 메인이 이 건물이 아니라 안쪽의 아미타불상과 탱화더군요.



이것이 모형 내부의 아미타불입니다. 고려 후기의 불화를 참고해서 중앙 아미타불을 기준으로 좌우로 관음보살과 세지보살을 거느리고 있네요. 그리고 탱화 역시 고려 시대 변상도(變相圖)를 근거로 그려졌다고 하네요.

그리고 적은 김에 부석사 관련 이야기도 좀 적어보죠. 사실 무량수전하면 가장 유명한 것이 부석사니까요. 위에서 적었다시피 부석사의 무량수전은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목조 건물 중 하나로 배흘림 양식 기둥 같은 건축 양식으로 유명하죠. 

하지만 이 부석사는 꽤나 험한 일을 많이 겪은 사찰입니다. 처음 만들어졌던 것은 감은사와 마찬가지로 신라 문무왕 때입니다만, 고려 현종 때 다시 고쳐 지었다가 공민왕 때 불타서 우왕 때 다시 지어져 광해군 때 단청을 입혔습니다. 따라서 지금 현재 남아있는 무량수전은 고려시대 양식이죠.

사실 예전에 부석사 관련 설화에 의상 대사가 나오는 걸 보고 한동안 이거 신라시대 절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지라... 개인적으로도 참 기억에 남아 있는 절이기도 한데요. 거 참 이 글 적으면서 또 헷갈려버려서 참 면구스럽습니다.


많이 낯이 익은 건물이죠? 넵. 광화문 모형입니다. 사실 모형은 조선시대가 가장 많이 재현되어 있어요. 그만큼 사료라든지 현재 남아있는 유물들이 많다는 반증이겠죠. 하지만 정작 진짜 광화문은 현재 복원공사 중이죠. 

이 광화문도 참 박살나고 고쳐지고를 반복하고 있는 유물이죠. 원래는 조선 태조 때 건축된 것인데 임진왜란 때 박살나고 흥선대원군이 준공했다가 일제 시대 때 총독부 건물 지으면서 박살내고 1968년에 콘크리트로 복원한 것을 이번에 다시 위치 제대로 바꾼다고 복원하고 있는 사연 많은 문이 바로 광화문이니까요.


근정전입니다. 광화문과 같이 박살나고 고쳐지고를 반복하고 있죠. 이 건물의 이름인 근정전은 그 유명한 삼봉 정도전이 지은 것이라고 하네요. 사실 이외에도 사정전, 천추전, 만춘전, 교태전, 자경전, 영화당 등의 모형이 있습니다만...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패스... 


성곽 모형입니다. 사실 이 성곽이 어느 부분을 모형화 한 것인지 상당히 헷갈리더라고요. 상당히 낯이 익은데 기억은 안 나고 설명은 안 적혀 있고 해서 상당히 느낌이 간질간질합니다. 혹시 아시는 분은 알려주셨으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참고로 이 성곽 내부에서는 기념품 판매점이 위치해 있습..... (.................)


일제 강점기 시절의 종로 거리를 재현한 느낌입니다. 사진은 이발소인데요. 미발관(美髮館)이라는 일본식 한자 글씨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단성사에서 무려 "님자없는 나루배" 를 공연하나봅니다. 마침 딱 현수막을 달고 있는 걸 보긴 했습니다만... 현수막을 딱 보니... 어라라라?

1942년이면 단성사 이름이 대륙극장(大陸劇場)이었던 때로 알고 있었는데... 단성사네요. 거기에 "님자없는 나루배" 가 단성사에서 개봉한 것은 1932년 9월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혹시나 해서 인터넷에서 찾아봤더니 제가 알고 있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솔직히 인터넷에 잘못 적혀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 뭐, 이글루스에 한국사 도사님들 많으시니까 한번 여쭤봅니다. 저 현수막 내용이 맞나요 틀리나요?

어쨌든 별 기대 안 하고 갔던 박물관이었는데, 꽤나 흥미있게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시리아에서 다마스커스 역사 박물관도 거의 기대 안 하고 갔다가 근대사 사진 자료들이 잔뜩 있어서 흥분했던 느낌을 한국에 와서 다시 느껴보네요.

롯데월드 민속 기념관 한번쯤 가볼만한 박물관인 것 같습니다. 다만 입장료가 성인 5000원이라는 점은 염두에 두세요. 개인적으로는 꽤나 만족스런 박물관 순례였습니다.

다음에는 어느 박물관에 가볼까나요? (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