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하기 VS 도움 받기

2012.01.19 13:29

사피윳딘 조회 수:5403

사피윳딘입니다.


얼마전 와합과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왜 혼자 스스로 하라고만 하는 거지?"


사실 한국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알아서 쑥쑥쑥. 스스로 어린이."(아아~~ 다 어디갔어? 이거)라는 광고 멘트부터 귀에 인이 박힐 정도로 듣고 자라왔고, 그러다보니 당연히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기 보다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죠(물론 이 광고 때문만은 아니겠습니다만).


하지만, 이 친구 입장에서는 그게 좀 이해가 안 가는 모양입니다. 강한 사람, 능력이 있는 사람, 부유한 사람이 약한 사람, 무능력한 사람,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거죠.


그 이야기를 들으니 또 다시 한국인과 시리아인의 사고 방식의 차이를 또 하나 느끼게 되더군요.


사실 한국이나 시리아나 인간관계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입니다. 이 점에 있어서는 두 나라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죠. 


하지만, 한국의 경우, 아무래도 일이나 업무와 관련된 인맥을 조금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시리아의 경우는 주변에 같이 사는 사람들이나 친구, 친족, 가족에 관련된 인맥을 조금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그렇지만 그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시리아 사람에 비해 덜 인간적이라서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주위를 둘러싼 환경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정답이겠죠.


기본적으로 한국 같은 경우, 사회 자체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돌아가고 있고, 때문에 그런 경쟁 속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죠.


거기에 예전과는 달리 거의 핵가족 시대에 살고 있는지라 도와줄 수 있는 친척들이 보통 멀리 있는 경우가 많죠. 거기에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 상, 같은 아파트에서도 누가 어디에 사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가까이 있는 우리 가족 이외에는 아무래도 경쟁에서 살아남는데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과 업무에 관련된 사람을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에 반해 시리아의 경우는 아무래도 사회주의 국가이다 보니 한국에 비해 경쟁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입니다. 거기에 주변 이웃들과의 교류가 많은 편이라 어느 집에 누가 사는지 그 근처에 사는 누구에게 물어봐도 다 알 정도죠. 


외국인들의 경우, 동네 사람들과의 교류가 거의 없다고 해도 어느 집에 누가 사는지 정도는 이미 다들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제가 한국인 사는 집 근처에 가서 한국인 사는 집 물어보면 대부분 동네 사람들이 잘 알죠.


덕분에 결혼식이나 개점 행사 같은 경우를 봐도 온 동네가 떠나갈 듯이 요란하게 해도 이웃들이 같이 즐기거나 크게 개의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중동 지역의 특성 상, 대가족제가 대부분인데다 친척들이 다 근처에 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뭔가 일이 생기면 주위의 친척들이 다 모여 도와주는 경우가 많죠. 그러니 당연히 업무에 관련된 인맥에만 기댈 필요성이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런 상황이다보니 한국 같은 경우는 개인의 능력,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시됩니다. 또한 그러다보니 지나치게 타인의 도움에 의지하는 사람을 그리 좋지 않게 보기도 하죠.


하지만 중동의 경우는 타인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 바로 그 사람의 능력을 증명하는 일이 됩니다. 능력이 있기 때문에 타인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죠. 또한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중의 하나인 "관대함" 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관대함" 에 대한 전설은 중동 지역에서 꽤 많이 전해져 내려오는데요. 네. 바로 유목 사회의 전통과 관련이 있습니다. 


죽어서도 손님을 대접한 하팀 앗 타이의 전설부터 시작해서 가족을 죽인 원수조차도 3일 동안은 극진히 대접했다는 이야기 등, 중동 지역에서 "관대함" 은 너무나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래서 그쪽 출신인 크X르크X스 왕께서는 "나는 관대하다" 를 외치시기도 했다는.....


... 죄송합니다.... (흠흠)


흠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시리아인들의 경우는 서로 "도움" 을 주고 받는 일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에 도움을 주는 것이 일종의 "의무" 처럼 여겨지고 있고, 반대로 도움이 필요할 때는 기꺼이 도움을 받는 것이 당연한 그런 분위기죠.


때문에 시리아에서 강자는 당연히 약자를 돕는 것이 마땅합니다. 부유한 자는 가난한 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당연한 일. 이슬람 역시 그런 자선을 "의무" 로서 규정하고 있는지라 돕는 자도 도움을 받는 자도 떳떳할 수 있는 것이죠. 


즉, 남을 돕는 자는 스스로를 "강자" 이고 "능력이 있는 자"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가 있죠. 반대로 도움을 받는 자는 "강자" 로 하여금 "천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 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위안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런 모습이 좋아보이기는 합니다만... 그만큼 안 좋은 부분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단 "도움" 에 익숙한 나머지, 뇌물이나 청탁 같은 문제가 한국에 비해 더 심해 보입니다(요즘 정치판 뉴스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만). 때문에 부패 문제에서 벗어날 수가 없죠.


거기에 "강자" 에게 받는 것을 익숙하게 여긴 나머지, 한 단계 더 나아가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예를 들면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면서, "너희는 부자잖아" 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던지요. 그래서 저는 "난 가난해." 소리를 계속 입에 붙이고 다녔던 적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시리아인들이 그렇다는 점은 아닙니다. 유목민적 사고 방식으로 볼 때, "도움을 받았으면 도움을 줘야 한다" 라는 사고 방식은 아주 당연한 것이고, 바가지 같은 것은 유목민적 사고 방식이라기보다는 상인적 사고 방식이 더 큰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시리아인들은 이런 사고 방식이 꽤 정확해서 구걸하는 걸인이 돌아다니기 보다는 아무리 가난해도 아주 조그만 것이라도 팔 것을 들고 나옵니다.


즉, 어찌 보면 "기브 앤 테이크" 가 꽤 정확합니다. 내가 도움을 준 만큼 나도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죠. 대부분의 시리아인들은 이런 "기브 앤 테이크" 가 꽤 확실한 편이죠.


그런 시리아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인의 "스스로" 는 왠지 차가워 보이는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이 한국인들이 차가워서가 아닌 핵가족 시대로 접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시리아 사람 입장에서는 좀 이해하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