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윳딘입니다.

이번에는 좀 진지하게 나가봐야겠네요. 오랜만에 시리아 문화 유산 이야기도 스타트 해 봅니다.

이번에는 기독교 특집 3부작(응?) 중, 지난번 사피윳딘의 시리아 문화 유산 이야기 - 사도 바울 낙마 교회에 이은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아나니야 교회 편입니다. 

제가 당당히 후속편이라고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이곳도 지난번 사도 바울 낙마 교회와 마찬가지로 사도 바울과 연관이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죠.

일단 사도 바울 낙마 교회 편에서는 사도 바울이 눈이 멀었던 부분까지 이야기를 드렸으니 이번에는 그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바울의 이름에 대해서 다시 말씀을 드리자면 제가 가지고 있는 성경이 개신교판 성경인지라 바울 또는 사울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더불어 천주교에서는 바오로, 성공회에서는 바우로라고 하시죠. 공동번역성경에서는 바울로라고 표기를 합니다. 이 점은 부디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더불어, 바울과 사울의 이름에 대해서 또, 말씀을 드리자면 바울은 그리스어고요. 사울은 히브리어 이름입니다. 결국 같은 이름이라는 이야기죠.

일반적으로 기독교 박해자의 시기를 사울, 회심 이후의 시기를 바울이라고 보십니다만 정확하게는 키프로스(구브로)에서의 첫 전도 여행 당시부터 바울이라는 이름이 성경에 등장합니다(사도행전 13:9, "바울이라고 하는 사울"). 즉, 성경의 표기를 감안한다면 바울이 정확하게 바울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때부터라고 보는 쪽이 타당하겠죠.

이는 아무래도 해외 선교(!!!!)다 보니 그 당시 공용어였던 그리스어 이름을 사용한 듯 합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사울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예정(사실 내용이 선교 여행까지 넘어가지는 않을테니까요)이니 이 점도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울이 눈이 먼 채로 다마스커스에 도착한 후 사흘 동안을 식음을 전폐하게 됩니다(사도행전 9:9). 아무래도 갑작스레 눈이 멀어버렸으니 당연히 그 충격이 어마어마했겠죠.

그런데, 그렇게 사울의 눈이 멀어버린 후, 다마스커스에 살고 있는 아나니아라는 사람에게 계시가 내려집니다. 바로 사울을 찾으라는 계시죠. 이 때 사울은 기도 중에 아나니아가 자신의 눈을 뜨게 해주는 모습을 보았다고 하죠(사도행전 9:10~12).

하지만, 아나니아의 입장에서는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사울이 이미 예루살렘에서 기독교인들을 잡아 가두었고, 이 때문에 기독교인들이 예루살렘을 떠나 다마스커스로 도망쳐 왔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그 뜻을 받들어 사울에게 가게 됩니다(사도행전 9:13~16).

여기서 아나니아에 대해서 잠깐 알아보도록 하죠. 우선 성경에 아나니아에 대한 언급이 직접적으로 되어 있는 부분을 찾아보자면 역시 사도행전 22장에서 사울이 자신의 회심 이야기를 할 때 12절에서 "율법에 의하면 경건한 사람으로 거기 사는 모든 유대인들에게 칭찬을 듣는 아나니아라 하는 이가" 라고 나옵니다.

즉, 아나니아는 이미 다마스커스에 온 유대인 중에 가장 인망이 높았던 사람임을 알 수 있죠. 즉, 그가 다마스커스의 주교였다고 하는 설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 로마의 주교(주 : 교황의 별칭 중에 "로마의 주교" 라는 말이 있죠)였던 히폴리투스(주 : 교회사에서 최초의 대립 교황(정통 교황과 대립하는 쪽에서 선출한 교황)으로 유명하신 분으로 "사도 전승" 을 집필하신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가 아나니아를 "누가복음 10장에서 언급되었던 예수의 제자 70인" 중 1명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뭐, 어쨌든, 직접적으로 예수가 계시를 내렸을 정도이니 아마 그 정도의 위치는 분명히 가지고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아나니아가 성경에 등장하는 건 여기 뿐인지라, 누가복음 아니었으면 갑자기 다마스커스 거주하던 등장인물 A가 사울에게 세례해주는 당황스러운 사태로 이해할 수도 있었겠죠.

사실 처음 성경 읽었을 때, 제가 그랬습니다. "왜 생뚱맞게 엉뚱한 사람 등장?" 하고요. 나중에 자료 찾아보고 겨우 이해했어요.

어쨌든, 아나니아는 직가에 있는 유다의 집에 사울이 있다는 계시를 받고(사도행전 9:11) 사울을 찾아가 그를 형제라고 부르며 안수하자 즉시 사울의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떨어지면서 사울은 다시 볼 수 있게 되죠. 그리고 사울은 바로 일어나 아나니아에게 세례를 받은 후, 음식을 먹고 건강을 회복합니다(사도행전 9:17~19).

뭐, 일단 이후의 사울의 행적에 대해서는 다음 편인 "사도 바울 광주리 교회" 편에서 계속하도록 하고요(또 예고냐?). 이제 사진으로 넘어가도록 해보죠.


성경에 언급되어 있는 직가입니다. 즉, 쭉 뻗은 길이라는 의미죠. 정면에 보이는 좀 부서진 듯한 문이 바로 밥 샤르끼(동문)입니다. 직가 자체는 그리스 시대 때 만들어졌습니다만... 저 밥 샤르끼는 로마 시대 때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그런데, 문 위에 있는 전혀 그리스 답지 않은 탑은 살라훗딘의 상관인 누르앗딘이 만들었습니다. 뭐, 아마 경계를 위해 만들지 않았을까 합니다.

사진으로 보시면 차 2대가 가까스로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이지만.... 예전 로마시대 때는 이 길이 지금보다는 넓고도 긴 길이었다고 합니다. 넓이만 26미터에 달했고, 길이는 1570미터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하니.... 꼭 따지면 강남 테헤란로의 2/3 정도 넓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하네요.

현재의 직가는 동쪽의 기독교 지역과 서쪽의 시장 지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 경계가 되는 곳이 길 중간쯤에 위치한 로마식 아치인 승리의 문인데요. 이곳을 중심으로 동쪽은 기독교 지역이고 서쪽은 시장 지역이라고 보면 되죠(이상하게 승리의 문 사진이 없어서 위키피디아 영문판 링크로 대신합니다. 오른쪽 아래에 있는 사진이 바로 그것이에요).

참고로 직가에서 또 봐야 할 곳이 바로 사울이 다마스커스에 도착해서 아나니아를 만날 때까지 거주했던 유다의 집인데요.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직가의 자끄마끄(Jaqmaq)(주 : 위키피디아에는 Jakmak라고 적혀 있습니다만 제가 가진 다른 자료에는 저렇게 적혀 있더군요)라 불리는 장소에 발코니와 미나렛이 있는 작은 모스크가 유다의 집이라고 하더군요.

문제는 제가 그곳을 여러번 가봤는데... 갈 때마다 문이 굳게 잠겨 있었고... 그 동네 전체가 지붕으로 덮여 있어서 철제 지붕 같은 것도 확인하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결국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직가는 그리스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길이라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역시 기독교인들에게 있어 더욱 중요한 성지임에는 틀림없을 겁니다. 이 길에서 기독교의 세계화가 시작된 셈이니까요.

직가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요. 밥 샤르끼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바로 첫번째 골목으로 들어가 한 200m 정도 그대로 직진하면 바로늘의 주인공, 아나니아가 살았던 곳, 아나니아 교회가 나옵니다.


아나니아 교회 정문입니다. 사실 처음 저 아나니아 교회를 찾아갈 때는 올드 다마스커스의 복잡한 골목 때문에 상당히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만.... 사실 밥 샤르끼 기준으로 가장 먼저 나오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 계속 직진하면 바로 저 문이 나타납니다. 저는 다른 길로 들어가서 초행의 올드 다마스커스 골목길의 무서움을 체험할 수 있었죠.


문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정원이 나오는데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저 동상(?)입니다. 아나니아가 사울에게 세례를 주는 모습입니다.


입구에서 왼쪽에는 이렇게 기념품 가게가 있는데요. 이곳이 티켓 오피스도 겸하고 있습니다. 지하 예배실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25리라(약 600원)를 내시면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오른쪽 벽에는 사도 바울의 생애, 사도 바울의 전도 여행 코스, 시리아 출신 교황 소개 등 여러가지 정보들이 적혀 있습니다. 여러 언어로 적혀 있는데요. 아쉽게도 한국어는 없습니다. 


이 분은 좀 후대의 인물인데요. 바로 성 프란체스코입니다. 이 분의 동상이 왜 여기에 있냐면.... 이곳 관리를 프란체스코 수도회에서 맡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번 사도 바울 낙마 교회는 러시아 정교회에서 맡고 있었는데 이곳은 로마 카톨릭에서 맡고 있는 셈이죠(주 : 프란체스코 수도회는 로마 카톨릭 소속입니다).

사실 이 성 프란체스코의 경우, 십자군 전쟁 당시 아이유브 왕조의 술탄 알 카밀과 만나기도 했었고, 또한 예루살렘 순례 후에 시리아까지 선교 활동을 벌이기도 했기 때문에 프란체스코 수도회가 시리아에 들어와 있는 것은 상당히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죠.


정면에 지하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습니다. 이리로 들어가면 드디어 아나니아 교회 내부로 들어가게 됩니다.


요렇게 지하로 통하는 계단을 통해 예배당으로 내려가게 되는데요. 길이는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하로 내려가는 만큼 이곳부터 공기의 온도가 틀려지죠.


안에는 이렇게 작은 지하 예배당이 있습니다. 당시 기독교가 스데반의 순교로 인해 탄압을 받고 있던 상황을 생각하면 이렇게 거주 공간이 지하에 마련되어 있는 것이 충분히 납득이 가죠.


이렇게 성화(聖畵)가 걸린 제단이 나타납니다(최근에는 잠시 성화가 철거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성화는 오른쪽부터 차례대로 사울이 낙마하는 모습, 아나니아가 사울의 눈을 고치는 모습, 사울이 다마스커스에서 탈출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죠.


계단 옆에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이렇게 사울이 회심하는 사도행전 구절이 적혀 있습니다. 물론 한국어도 맨 왼쪽 위에 적혀 있어요.


그리고 내려온 계단 바로 맞은 편에는 작은 방이 있는데요. 이 방으로 들어가면 사도 바울의 생애를 순서대로 그려놓은 액자들이 있습니다.


액자 아래쪽에는 이렇게 친절하게 그림 내용에 대한 설명이 6개 국어로 붙어 있는데요. 아랍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독일어로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예전 아나니아가 숨어서 예배를 드렸던 상황이 그대로 연상될만큼 상당히 좁은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중앙의 거실과 오른쪽 뒤에 있는 쪽방 하나가 이 교회의 전부에요. 

사실 이렇게 규모가 작은 것은 대부분의 초기 교회들이 마찬가지인데요. 지난번에 소개를 드렸던 사도 바울 낙마 교회 역시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고요. 다음에 소개를 드릴 사도 바울 광주리 교회 역시 규모는 비슷합니다. 뭐, 예전 초기 교회가 탄압 받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지만요.

어쨌든, 기독교 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 중 하나인 사울의 회심 이후, 기독교는 사도 바울에 의해 세계 종교로서의 이론적 정립과 교세 확장, 즉, 선교 활동의 원형을 가지게 됩니다. 

즉, 초기 기독교 시대의 역사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곳 아나니아 교회는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장소겠죠.

또한, 굳이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역사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장소인만큼 올드 다마스커스의 필수 방문 장소임에는 틀림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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