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윳딘입니다.

처음 시리아에 오기로 결정했을 때 저는 좀 자만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 사실 시리아라고 해도 이집트랑은 멀리 떨어진 나라도 아닌데다(지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바로 옆나라입니다) 어느 정도 이집트에서 갈고 닦은 경험이 있으니 솔직히 잘 지낼 자신은 있었죠.

.... 그래서 마음 속으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자자. 싸울 준비 오케이. 목소리 큰 사람 이긴다. 쀅!!! 음음. 목소리 괜찮군. 택시 기사? 바가지? 훗훗훗. 다 덤벼!!! 제압해주겠써!!!"

.... 뭔가 준비의 방향이 좀 이상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부디 넘겨주세요.

하지만 사실 그만큼 이집트에서 택시 기사나 상인들과의 전투에 시달렸던데다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단기간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있을 예정이니 "밀리면 곧 바가지다" 라는 생각에 빠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 그래서 출발 전에 준비하면서부터도 "싸우자! 이기자! 이겨~야 산다~~!" 라는 생각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죠. 물론 나름대로 조사해본 결과, 시리아는 어느 정도 값을 속이지는 않는 편이라는 정보를 미리 얻고 있었지만... 그래도 사실 안심할 수 없었습니다.

.... 그래서 전투 모드.

.... 전투 모드.

.... 전투 모드.

"손님. 개인 승객은 20킬로 이상은 가지고 가실 수 없습..."
"으르렁!! 크르르르르르!! 캬오캬오!!"
"......."

.... 아, 아직 한국이었지.

.... 뭐, 사실 제 짐이 좀 많은 편이었던지라... 그 쪽 승무원 입장에서는 당연히 제지를 한 것인데.... 이미 전투 모드에 돌입해버린 저는 앞에서 그냥 으르렁대고 말았습니다(... 물론 정말 앞에서 "으르렁" 하고 말했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좀 투닥댔습니다. 어제 우리 후배는 다 잘 지나갔다고 하는데(그야 당연히 4명이 한꺼번에 갔으니) 왜 나만 잡느냐라든지 뭐 이런 식으로 말이죠).

어쨌든 공항에서 짐을 빼고 넣고를 반복하면서 - 라고 적고 무거운 건 다 등에 지고나서 "어머나 가벼워요. 웃흥" 하고 미소 짓기 라고 읽습니다 - 어찌어찌 비행기를 타고 시리아에 도착하는데는 성공했습니다.

.... 그런데, 짐이 워낙 많다보니 어떻게 이동해야 할지 난감하더군요. 가야 할 지역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주소는 몰랐거든요.

.... 거기에 문제는 제가 "으르렁" 할 생각으로 꽉 차 있었던지라 정작 시리아에 있는 후배한테 제가 타고 갈 비행기의 정확한 편명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으르렁" 에 목숨 지나치게 걸었던 것이야..... ㅜㅜ).

결국 공항 관리인에게 핸드폰을 빌려 후배에게 전화해서 마중 나오게 했습니다(........).

.... 그 이후 바로 핸드폰을 개통시켰습니다(........).

.... 이 과정에서 저는 아직도 포기 못하고 "으르렁" 을 써먹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습니다(징한 것이에요).

그래서 날카로운 눈으로 핸드폰을 개통해주는 시리아텔(시리아의 SK텔레콤 같은 회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부스에서 "내 돈 안 떼먹나" 하고 열심히 노려보고 있었죠.

.... 그런데....

.... 그런데....

"커억!! 가격표!!!!!!!!!!!"

.... 가격표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더군요.

.... 하지만 저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제가 가지고 있는 돈은 1000리라(우리나라 돈으로 2만원)짜리가 대부분. SIM카드 비용 1500리라, 충전용으로 1000리라 하기로 하고(핸드폰은 두바이에서 구입했습니다) 저는 3천리라를 지불했습니다.

.... 그리고 노려봤습니다.

.... 이 친구들 분명히 바쿠시시 명목으로 100리라 정도 먹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 그런데.... 그런데....

".... 정확하게 거슬러줬다...."

.... 저기 바쿠시시는요? 바쿠시시는 안 받으세요?

.... 라는 표정으로 직원을 바라보니 이 직원 만면에 웃음을 띄우면서....

"웰컴 투 시리아" 라고 말하더군요.

.... 아니, 잠깐, 거기서 그 말이 나오면 뭔가 어색하잖아. 나 한국에서 "으르렁" 준비 해왔다고. "으르렁".

.... 그런데 차마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수는 없는 노릇....

.... 그냥 "슈크란(감사합니다)" 하고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혹시 바쿠시시 달라고 그럴까봐 뒤를 돌아보니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더군요(.........).

.... 뭔가 좀 다른 분위기에 좀 당황하던 중에 민폐 선배 때문에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다가 부랴부랴 공항으로 달려온 후배가 도착하더군요.

.... 그 후배는 제가 짐이 많을 것을 이미 예상을 해서 무려 봉고차(!!!!!!!)를 빌려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짐을 끌고 밖으로 나갔는데 왠걸?

.... 봉고차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 이 때 모두들 당황했지만 저는 속으로....

".... 오케이. 드디어 시작되었구나."

.... 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그런데, 후배가 약간 입구에서 바깥쪽으로 걸어가더니 그쪽에서 제대로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 그리고 무사히 후배 집까지 도착했습니다. 후배가 계산하는 것 보면서 혹시 속이면 으르렁하려고 노려봤습니다만.... 이번에도 제대로 계산을 해주더군요(.........).

.... 그 이후에도 열심히 "으르렁" 댈 기회를 노렸습니다만.... 이 시리아 상인들은 처음부터 정가로 계산을 하는데다 많이 사면 깎아주는 센스까지 발휘를 하는 바람에 상인들하고 싸우는 건 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그렇게 제 "으르렁" 은 봉인될 수 밖에 없었다는 슬픈 전설이.... (퍽!!!)

.... 하지만 사실 시리아도 사람 사는 동네다 보니 정직한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관광지 같은 곳에 가면 똑같이 외국인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는 친구들도 있습니다만.... 안 사면 되는데요. 뭐.

....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거의 정가대로 판매를 합니다. 다마스커스 어디를 가도 가격은 일정한 편이죠. 거기에 놀랍게도 거스름돈을 제대로 거슬러 줍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거스름돈을 속인 적이 없었어요. 물건 가격도 대부분 생각했던 가격대와 크게 차이가 없었고요.

지금 제가 앉아 있는 이 PC방 역시 가격을 분 단위로 정확하게 계산을 해줍니다. 그런데 한 10분 정도만 앉아 있으면 아예 돈을 받지 않습니다.

.... 사실 도착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 금액 문제로 싸워보지를 않았습니다. 여기서 이집트에서처럼 싸울 수 있는 친구들은 역시 택시 기사들 정도인데.... 이 택시 조차도 미터기(!!!!!!!!!)가 있어서 그 금액대로 받으니 별로 할 말은 없습니다. 다만 가까운 곳에 택시를 타고 갈 때는 미터기보다 더 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뭐, 그 정도는 봐줄만 하죠.

.... 그리고 야채나 과일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랑 마찬가지로 가격이 자주 변하는데.... 사실 이것도 어디나 비슷한지라 그렇게 싸울 일이 없습니다. 언제나 이집트에서 전투에 전투를 거듭해온 제 입장에서는 뭔가 좀 허전한 느낌까지 들 정도로 말이에요.

.... 뭐, 살다 보면 현지인들과 싸우게 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참 순탄하게 살고 있습니다(...... 순탄해서 어색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