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윳딘입니다.

위에 제목보고 좀 깜짝 놀라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 민주주의 국가라니? 시리아가 어째서 민주주의 국가? 하고 이해하지 못하실 분들이 아마 많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여기서 말하려는 민주주의는 정치제도 따위가 아닙니다. 뭐, 사실 지금 한참 국회의원 선거 기간이기도 해서 저 개인적으로 꽤 관심이 있긴 합니다만.... 어쨌든 정치제도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니 일단 그건 저리 치워두고 이야기를 계속하죠.

.... 시리아에 도착한 다음 날 저는 한 후배랑 같이 다른 유학생의 집에 식사를 하러 갔었습니다. 그 후배는 저랑은 달리 계속 학교에서 아랍어를 공부했던터라 상당히 수준급의 아랍어 실력을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그 친구 목표가 여기서 얼른 현지인들하고 아랍어를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라는 포부를 저에게 이야기하기도 했던 친구입니다.

.... 그런데 그 유학생의 집에서 식사를 기다리고 있는 중에 그 후배가 갑자기 창밖에 대고 뭐라고 뭐라고 아랍어로 열심히 대화를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으음. 아주 훌륭하군. 뭄타즈(아랍어로 훌륭해)." 라고 생각하면서 후배가 이야기하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한참동안 대화를 하던 후배가 저를 돌아보더니.... 저를 부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저에게 하는 이야기....

"형. 저 건너편 집 사람들... XX형 안대요."

.... XX(프라이버시 문제로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라 하면 1년 전에 이곳에 유학을 왔던 내 후배가 아닌가!!!

저도 깜짝 놀라서 창 밖을 내다봤더니 4명의 아랍 친구들이 건너편 집에서 손을 흔들더군요. 그러면서 XX 친구면 우리 친구라면서 지금 차 마시고 있는데 같이 마시자고 하더군요. 저랑 제 후배는 좀 고민하다가 그 제의에 응했습니다. 그래서 유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에 그 집으로 넘어갔죠.

".... 시리아 도착하자마자 바로 아랍 친구들이랑 다과회냐....."

.... 뭔가 시나리오(......)가 엄청나게 빨리 진행되는 것을 느끼면서도 어쨌든 바로 건너편 집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 입구가 어디냐.... ㅜㅜ"

.... 그 유학생 집은 말 그대로 산동네인데다 워낙 바득바득 붙어있어서 입구를 도저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때 저희가 당황하고 있는 것을 보던 가게 아저씨가 친절하게도 길을 알려주셨습니다.

.... 저희가 방금 전에 나온 유학생 집을요... ㅜㅜ

.... 한국 사람 둘이 길을 찾고 있으니 당연히 한국 사람 사는 집인 줄 알고 가르쳐주신 것이었습니다. 아우아우. (가게 아저씨 친절은 감사합니다만.... 잘못 짚으셨어요.... ㅜㅜ)

.... 그래서 저희는 아랍 친구 집을 찾는다고 이야기를 드렸는데.... 여기 사는 사람들이 다 아랍 사람인데 어쩌라고요(.........).

그런데 저희가 길을 못 찾아서 버벅이고 있을 때 다행히도 그 아랍 친구가 저희 두 사람의 플라스틱 컵을 사러 밖으로 나와서 가까스로 그 집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했습니다. ㅜㅜ

집 안에서 드디어 열심히 대화가 시작되었는데 제 후배는 "드디어 물을 만났다!!!"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열심히 아랍어를 룰루랄라 이야기하는데 저는 그 분들 이야기하는 말의 20~30% 정도만 알아듣겠더군요. 말 그대로 아우아우였습니다. ㅜㅜ

어쨌든 후배를 통해 그 친구들의 직업을 물어보니 대부분 학생이었는데 한 분은 현직 군인이시더군요. 사실 시리아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징집제입니다. 보아하니 휴가 나온 모양이더라고요. 이 때 저는 1명이 군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저는 좀 속으로 겁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정치 이야기 나오면 어쩌나 하고 좀 겁을 먹고 있었죠.

이곳에 오기 전에 들었던 이야기.

"정치 이야기는 되도록이면 하지 마라... 택시 기사는 대부분 비밀경찰이라고 봐도 틀림없다."

.... 후덜덜덜덜덜.

....하지만 뭐, 그런 제 내심과는 별 상관없이 대화는 상당히 화기애애하게 흘러갔습니다. 그 후배 XX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제가 컴퓨터 게임 관련 일을 하고있다가 아랍 문화를 더 잘 알고 싶어서 이곳으로 왔다는 이야기 등 대부분 그리 어렵지 않은 이야기들이었죠.

그런데, 역시 여기에서도 그 관문은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당신 무슬림입니까? 크리스천입니까?"

.... 왔구나!!!! (두두둥)

이 때도 그랬습니다만.... 사실 이 동네도 사실 이집트랑 거의 다를 것이 없었죠....

....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적으셨던대로.... 유교라고 대답하려고 했습니다.

"무슬림? 크리스천?" <- 아랍 친구
"....... 음음음음음." <- 저
"무슬림?" <- 아랍 친구
"....... 음음음음음." <- 저
"부디(불교도)?" <- 아랍 친구
"....... 음음음음음." <- 저

.... 저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그 때서야 깨닫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것은 바로....

유교가 도대체 아랍어로 뭐라 그러는거야!!! (두둥)

.... 아니, 그건 둘째치고 영어로는 유교를 뭐라 그러는고? 예전에 문명하면서 외워뒀었는데.... (이봐)

.... 아아, 어쨌든 저는 역시 바보였어요... 진작 외워둘 걸....

.... 그래서 결국....

"크리스천?" <- 아랍 친구
"... 크.... 크리스천" <- 저

.... 신실한 크리스천 분들께 백만의 사과를..... ㅜㅜ 제가 아는 단어가 무슬림, 크리스천, 부디 밖에는 없었다고요... ㅜㅜ 어쨌든 종교 부분은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넘어갔습니다. 물론 아랍 친구들은 모두 시리아 친구들, 그리고 무슬림들이었고요.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술 이야기로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친구들 처음에는 무슬림이니까 당연히 술은 안 마신다.... 라고 하더니 계속 추궁을 하니까 한 친구가 다른 친구를 가리키더니....

"사실 이 친구 술 마신대요~~~" <- 아랍 친구 1

가리킨 친구 다시 그 친구를 가리키더니.

"이 친구도 술 마신대요~~~" <- 아랍 친구 2

그 친구 다시 그 친구를 가리키더니.

"이 친구는 맨날 술 마신대요~~~" <- 아랍 친구 1

그러더니 그 친구가 대답하기를....

"시리아는 민주주의 국가니까 술 마셔도 된대요~~~"

..... 허걱!! 그 민주주의가 그 민주(酒)주의였던 것인가!! 그 민주주의가 그 민주(酒)주의!!!! (두둥)

..... 아아. 민주주의의 새로운 정의가 눈을 뜨는 순간이었습니다. 

자, 나서거라!! 술의 달콤한 향기가 바로 저기까지 와 있다. 자, 보라. 그리고 일어서라!! 진정한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잔을 들어라!!! 한 손에는 술잔을!!! 한 손에는 총을 들어라!!! (......)

..... 사실 시리아에서 일어났던 모든 혁명 내지는 쿠데타는 한 잔의 술잔으로부터 비롯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사실 프랑스 대혁명은 한 잔의 와인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요? 마리 앙뜨와네트가 했다는 망언은 사실, "빵이 없다고? 그럼 고기를 먹으면 될 것 아닌가?" 가 아니라 "물이 없다고? 그럼 와인을 마시면 될 것 아닌가?" 아니었을까나요?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 "무슬림들은 술을 안 마신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그건 "규범적", 즉, "샤리아" 로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언젠가 적을 생각이긴 합니다만, "샤리아" 는 우리들이 생각하듯 엄격한 법률... 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도덕 규범이나 제례 정도로 보시는 것이 타당합니다.

..... 재미있는 건 시리아나 이집트 같은 경우는 비록 독재 정권이라고는 해도 세속 정권인지라 나름대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데다 술도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 같은 경우는 무슬림 지역에서 잘못해서 와인 따개(.....)를 구하러 다녔었는데 다들 표정 하나도 안 변하더군요. 뭐, 무슬림 지역도 술을 팔기는 파니까요.

..... 물론 다들 집에서 몰래 마시긴 합니다만(.........).

..... 어쨌든 한동안 머릿속에서 역사 왜곡을 즐기던 저는 남자들끼리 모이면 항상 하는 이야기인 "여자 친구" 이야기로 넘어가는 타이밍을 잠시 놓치고 말았습니다.

..... 뭐, 저야 여자 친구는 당연히 없으니 없다고 하고 넘어갔는데..... 군인 친구의 이야기에 다들 크게 한바탕 웃더군요.

무슨 소린가 해서 후배에게 물어봤더니 하는 이야기가....

"총이 자기 애인이래요."

..... 당신 한국군이지(........).

..... 여기 시리아까지 와서 이 말을 또 듣게 될 줄이야(.........).

..... 거 참, 거 참.

..... 어쨌든, 즐겁게 티 타임을 즐긴 후에 나중에 또 보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나중에 같이 한 잔 하자고요(.......어이).

..... 물론 그 이후 여러군데 돌아다니느라 그 약속은 아직까지 실천되지 않고 있긴 합니다만.... 어쨌든 오자마자 아랍 친구들 사귀게 되어서 꽤 즐거웠던 하루였습니다.

..... 그런데 정말 같이 한 잔 할 수 있을지는 사실 지금까지도 의문이긴 합니다.... 나중에 마시게 되면 보고를 해보도록 하죠. ^^